Esoruen / 옥도사변 / 사에키 / 시기
00.
가질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건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결코 유쾌한 사실이 될 수 없었다.
01.
선악의 구분이란 언제나 종이 위에 그어놓은 연필 선 마냥 애매한 것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지울 수도 있고, 누군가가 정해주는 것도 아니며, 스스로 정해야 하는데도 가장 올바른 구분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는. 손으로 문지르면 번지는, 유약한 선(線). 그것이 선악이었다.
그렇다면, 그런 절대적인 기준이 없는 것을 따르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허튼 짓을 하려는 어리석은 사람인걸까, 아니면 위태로운 정의(定義)에도 구태여 선한 것을 추구하는 현명한 사람인 걸까. 사에키는 얼마 전까지는 분명 전자가 답이라고 생각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자신이 한없이 한심하고 바보같이 느껴지기 시작해 저 문제에 답을 내릴 수 없게 되었다.
02.
팡. 데구르르. 요란한 소리에 길을 걷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한 곳으로 모였다. ‘아’ 모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걸 눈치 챈 어린아이는 제 발밑을 구르는 알사탕과 찢어진 봉지를 번갈아보며 어쩔 줄 몰라 했고, 결국엔 그 자리에서 울어버리고 말았다.
저런, 불쌍하게도. 행인들은 간식을 놓쳐버린 아이에게 동정의 시선을 던졌지만 아무도 그걸 도와주거나 달래려고 하지는 않았다. 당연한 일 아닐까. 원래 친분이 있던 관계라면 몰라도, 대뜸 모르는 아이에게 다가가 불쌍하다며 이런 저런 말을 하는 건 쓸데없는 오지랖일 테니까.
“이런, 괜찮니 아가?”
하지만 어디에서나 예외는 있는 법. 울고 있는 아이에게 다가가 말을 거는 유일한 사람은, 옥졸의 제복을 입고 있는 소녀였다.
“…으, 으으…”
“안 괜찮구나? 하긴, 사탕을 다 쏟았으니까. 아까워라…”
흙이 묻고 깨져서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사탕들을 본 그녀는 혀를 차고 주머니를 뒤적였다. ‘뭘 하려는 거지?’ 아이는 사탕을 잃은 슬픔에 상대를 경계하지도 않고 눈물만 닦고 있다가, 눈앞에 내밀어진 동전에 울음을 멈추었다.
“조심했어야지. 종이봉투는 의외로 쉽게 찢어지거든”
‘하나 새로 사먹으렴’ 그렇게 말하며 선뜻 돈을 내주는 소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고작 사탕 한 봉지. 얼마 하지도 않으니 주겠다는 건가. 확실히 오지랖이 따로 없었지만, 당사자인 아이는 이 호의가 그저 기쁜 모양이었다.
“가, 감사합니다!”
“그래, 그래. 또 안 찢어먹게 조심하고”
“네!”
언제 울었냐는 듯, 아이는 신이 나서 달려가 버린다. ‘귀여워라’ 속으로 생각한 것을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린 그녀는 그 작은 몸뚱이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 까지 아이를 보고 있다가, 겨우 자신을 기다리는 동료에 곁으로 돌아갔다.
“미안해요, 사에키. 기다렸죠?”
“아냐. 몇 분 걸리지도 않았는걸. 그것보다 돈까지 쥐어 준 거야?”
“얼마 하지도 않는 걸요? 우는 걸 보니까 안쓰러워서…”
“에노키는 역시 상냥하구나”
저렇게 까지 상냥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상냥한 사람. 그에게 에노키는 그런 존재였다. 특무실의 고된 일에도, 살벌한 위협 앞에서도, 언제나 손을 내밀 줄 아는, 바보 같을 정도로 선(善)으로 가득 찬 소녀. 딱히 자신을 선하게 보이려고 꾸미지도 않고, 제가 선악의 어디 있는지도 관심이 없어 보이는.
‘저런 게 이상적인 선함이겠지’ 사에키는 제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선함의 기준은 어쩌면 그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물론 에노키도 완벽한 존재는 아니었다. 그녀도 때론 농땡이를 피우거나 장난을 저지르곤 했고, 자신에게 해를 끼칠만한 걸 매정하게 베어버리는 잔혹함도 있었다. 하지만 이 세상엔 원래 완벽한 것이 없지 않은가. 자신처럼 의식하지 않고 옳은 것을 행하고 있다는 건, 이미 그에 입장에선 충분히 완벽한 선함이었다.
‘그래서 좋아하는 걸지도’
명랑하고, 선하고, 강하고. 무엇 하나 제 마음을 잡아끌지 않는 것이 없다. 어쩌면 제가 그녀를 좋아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 아닐까.
사에키는 제가 그녀를 좋아한다는 것이 때때론 너무 자랑스러울 정도로, 에노키의 선함을 아끼고 사랑했다. 비록 그것이, 제가 이해하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크고 깊다 해도. 그저, 그것이 옳고 아름다운 것임을 알았기에.
03.
“나 참, 이놈이고 저놈이고 고집을 피우기는!”
“참아 타니자키. 에노키도 안 된다면 그때 나서도 되잖아?”
“그 녀석도 문제야. 뭘 ‘내가 해 볼게요’야? 절대 못 해. 그녀석이라도 무리라고”
타니자키는 저 멀리 불이 꺼진 폐가를 보면서 불만을 중얼거렸다. 그래, 확실히 무리한 일이긴 하지. 사에키는 울부짖으며 계속해서 공격을 가하던 망자와 그걸 말리러 간 에노키를 떠올렸다. 도대체 무엇이 그 망자를 그리 미치게 만든 것인가. 원한? 슬픔? 그것도 아니면 외로움인가. 인간의 감정은 복잡하고 어려워, 때로 사에키는 정확하게 망자의 상태를 읽을 수가 없었다. 방금 말한 세 감정도, 언뜻 보면 비슷할 정도로 닮아있지 않은가. 물론 자신들, 옥졸들이 해야 하는 건 그 감정을 진단하고 분류하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들은 그저 망자를 인도하면 된다. 옳지 못한 일을 한 망자라면 더더욱 무슨 수를 써서라도 끌고 가야, 살아있는 것들도 편히 잠들 수 있으니까. 요컨대 망자가 왜 그렇게 된 것인지, 왜 이런 짓을 한 것인지는 알 필요가 없었다. 잘잘못은 높으신 분들이 재판으로 가려줄 것이니까.
“그냥 두들겨 패 끌고 가면 될 것을, 알다가도 모를 녀석이라니까”
“음, 에노키가 좀 특이하긴 하지?”
사에키의 발언은 단순히 두둔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곤란한 상황 앞, 대부분의 옥졸들의 대응은 변이하려는 망자를 공격해 무력화시키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물론 대화로 해결하려는 옥졸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것도 다 정도라는 것이 있었다. 키노시타처럼 너무 말로만 해결하려 하고 폭력을 지양하면 두 눈을 뽑히기 십상이고, 타니자키처럼 말 한마디 안 해보려고 해도 곤란하다. 그런 점에서 에노키는 특이했다. 말로 하는 일에선 참으로 수완이 좋았으니까. 상대가 정확히 어떻게 이렇게 되었나를 판단하고, 그것이 악하지 않다 생각되면 너무나도 간단하게 일을 해결해 버린다. 물론 그것은 악한 목적을 가진 망자에겐 주저 없이 낫을 휘두른다는 뜻도 되었다. 순수한, 선악에 구애받지 않을 정도로 명확한 영혼이란 이런 것인가. 다른 사람들은 흉내 낼 엄두도 못 낼 능력. 그 능력의 근원에는 사에키가 신봉하는 선악의 기준이 잠들어 있었다. 그녀가 긋지도 않았고, 그의 눈으로 직접 본 적도 없지만, 반드시 있다고 믿고 있는, 손으로 문지르면 번지는, 유약한, 선악의 선이.
“사에키, 타니자키! 돌아가요!”
성공한 건가. 에노키는 지친 얼굴로 폐가에서 나왔다.
피곤해 보이는 그녀는 한 손으로는 망자와 손을 잡고, 한 손으로는 제 얼굴에 묻은 피를 닦고 있었다. 그녀의 몸 여기저기 튀어있는 핏자국은 결코 그 과정이 평온하지만은 않았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지만, 망자는 딱히 다친 곳이 없는 걸 봐선 아마 일방적으로 에노키가 공격받은 게 분명했다.
“에노키! 괜찮아?”
“음? 아. 괜찮아요! 이정도 상처는 돌아가는 중에 나을 거고. 가요 일단!”
“아니, 하지만…”
걱정하는 사에키를 말린 것은 타니자키였다. 어차피 저 녀석은 듣지 않는다는 듯 사에키를 가로막고 에노키에게 다가간 타니자키는 그녀대신 망자를 포박하며 간단한 것들을 물었다.
“원념화 하지는 않은 것 같군, 맞나?”
“응, 이젠 괜찮을 거예요!”
“그럼 됐다. 네 녀석도 치명상은 없는 것 같으니 알아서 걸어라”
“당연한 건 따로 말해주지 않아도 된다고요?”
쯧. 혀를 차며 앞장서 나가는 타니자키는 왜 말렸냐는 듯 보고 있는 사에키에게 손짓했다. 크게 말할 이야기는 못 된다는 건, 별로 좋지 않은 소리란 뜻이겠지. 에노키의 눈치를 살피며 다가간 사에키는 차분히 상대방의 대답을 기다렸다.
“저 녀석은 어차피 아무도 이해 못 할 거야, 너도 너무 어리광 받아주지 마”
냉정한 대답이다. 사에키는 대답도 하지 않고 어색한 미소만 지어보였다. 어리광이라니. 당치도 않다. 자신은 그냥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그녀가 걱정되어 대신 걱정해 주는 것 뿐, 딱히 막나가는 그녀를 두둔해 주고 있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해하지 못하는 건 타니자키 쪽이지’
제 동료들은 모를 것이다. 에노키가 어떤 존재인지. 제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모두가 그녀를 오직 그 겉모습만, 껍데기만 보고 판단하겠지. 아무도 그녀의 속을 들여다보지 않으려고 하면서, 그녀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너무 자만하는 건 아닌가?’
문득 그녀에 대한 찬사를 멈춘 사에키는 자신이 너무 우쭐해 한 게 아닌가 싶어 고개를 저었다.
그래, 자신도 그녀를 전부 이해하지는 못했는데, 남에게 뭐라고 해선 되겠는가.
‘…어라?’
지금 제가 무슨 생각을 했지?
저승으로 돌아가는 문턱 앞. 스스로의 생각을 되짚어보다가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한 사에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래, 확실히 자신도 에노키를 다 이해하진 못하고 있었지. 그저 어렴풋이 그녀 안의 순수한 선에 이끌려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지만 애정은 곧 이해로 이어지지 않았다. 자신도 어쩌면, 동료들과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과 조금 아는 것의 차이일 뿐. 그녀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건 똑같으니까.
오히려 제 쪽이 더 고통스러울 수도 있지. 어렴풋하게라도 존재하는 것을 아는 이상향의 기준에, 자신은 다가갈 수 없다니. 이해할 수 없다니. 차라리 몰랐다면. 차라리 그녀 안에 있는 것이 뭔지 몰랐다면. 그랬다면…
04.
사에키는 제가 그녀를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가장 좋은 것은 그녀와 똑같은 것, 누구에게도 흠 잡히지 않을 완벽한 선을 가지는 것이겠지만 그런 게 가능할리 없었다. 그건 말하자면, 다시 태어나는 쪽이 더 빠르다는 소리였으니까. 그럼 차선책은 무엇인가, 당연하지만 절대적일 수가 없는 선악의 기준을 찾는 것이었다.
‘가능할 리가 없잖아’
그래. 이럴 때까지 그렇게 옳은 걸 집착하는 제가 제일 바보다. 자신은 이미 그녀에게 빠져있고, 그녀를 이해하고 싶어 하고 있다. 빠진 이유야 어떻든 중요한 건 계기가 아닌 지금 제가 원하는 것이겠지.
원하는 것. 옳음? 선(善)? 아니다. 그런 게 아니다. 제가 그녀를 이해하고 싶은 건 고작 인간을 심판할 때 필요한 선악의 기준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사랑하니까, 그녀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부 다 제 것이었으면 해서, 이해 할 생각도 없는 누군가가 그녀를 가져가기 전 제 안에 들여놓고 싶어서.
‘어쩌지’
성선설을 믿게 만들 정도인 에노키의 미덕을 사랑하지만, 제가 사랑하는 건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겉모습, 내면, 커다란 선의 아래에 자리 잡은 그림자 속의 작은 악의, 새까만 머리카락, 희멀건 하늘색의 눈동자, 모두 빠짐없이 사랑스럽고, 사랑하고 있고, 사랑해야 마땅한 것들이다. 그렇게 되자 오히려 그녀의 옳음은 방해가 될 뿐이었다. 수많은 것들을 뭉뚱그려 버리는 도덕의 잣대. 이러면 안 된다, 저러면 안 된다, 가르치듯 쏟아지는 공격적인 잣대들은 넌더리가 난다.
가르치지 마, 가로막지 마, 나는 그저, 나는, 그 아이가 좋을 뿐이야. 막지 마, 막지 마, 방해하지 마, 아무것도 나와 그녀 사이를 방해 할 수 없어, 그것이 그녀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 해도, 그녀 안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라 해도,
나를, 방해한다면,
05.
“에노키, 잠깐 나 좀 도와줄 수 있어?”
사에키의 부탁에는 묘한 간절함이 있었다. 자정이 가까운 늦은 밤. 단련을 마치고 돌아가던 에노키는 거절 할 수 없는 표정으로 제게 부탁하는 사에키를 보곤 너무나도 간단히 발걸음을 멈추었다.
“응? 뭔데 그래요?”
“다른 건 아니고… 롯카쿠 씨에게 드릴 보고서를 찾으려는데 어디 있는지 안 보여서 말이야. 분명 1층 어딘가에 둔 것 같은데”
“그래요? 큰일이네…! 알았어요! 도와줄게요!”
어찌 보면 시답잖은 일일지도 모르는데, 그녀는 제 일인 것 마냥 놀라며 부탁을 들어준다. 역시 끔찍하게도 상냥하다. 하지만 에노키는 그게 자신과 상대방에게 독이 될 줄 꿈에도 몰랐겠지. 무리도 아니었다. 사에키도 이게 독이라는 것을 바로 얼마 전에 알았으니까.
“으음, 그럼 전 휴게실로 갈게요! 사에키는?”
“난… 식당이라도 가볼까. 저녁 먹기 전까진 들고 있었거든”
“음! 그럼 둘러보고 여기로 오는 거예요?”
의욕에 찬 에노키는 대답도 듣지 않고 휴게실 쪽으로 향한다. 멀어져가는 뒷모습. 약간의 거리가 벌어질 때 까지 식당으로 가지 않고 가만히 서있던 사에키는 그대로 에노키의 뒤를 밟았다. 소리죽여 살금살금, 그녀가 눈치 채지 못하게 절대 서두르지는 않는다.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마냥, 기척을 완전히 죽이고 그 그림자에 닿을 듯 말 듯…
“어디 있지…”
휴게실의 문을 연 에노키는 그 안을 살피려다가 있을 리 없는 그림자가 제 곁을 스치는 것을 보고 고개를 돌렸다.
경계하지도 않는 눈동자. 살짝 달싹이는 입술.
그림자가 휘두르는 장총이 그녀의 머리에 직격하기는 순간까지도, 에노키는 제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는 것 같았다.
퍽.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몸이 뒤로 넘어갔다. 단단한 개머리판의 모서리에서 피가 떨어지고, 바닥에 작은 피 웅덩이가 만들어졌지만 사에키는 멈출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 자그마한 머리를 반으로 쪼개버릴 기세로 내려찍고, 내려찍어, 피 웅덩이를 키운다.
제게 없는 것을 가지고 있어 이해할 수 없다면, 제가 가지려고 발악하는 것 보다는 상대방 걸 깨부수는 편이 빠르다.
간단한 이치지. 실로 간단한 이치였다. 사에키는 볼 수도 보이지도 않는 선을 지우기 위해 열심히 그녀의 머리를 가르고 쪼갰다. 손을 뻗어 지울 수 없다면 피로 물들이고, 애초에 지워지지 않는다면 부수어서 못쓰게 만들 요령으로. 팔의 움직임을, 공격을, 시기에 몸부림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06.
가질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건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결코 유쾌한 사실이 될 수 없었다. 물론 그것이 두 개 이상이고, 하나를 가지면 하나를 버려야 하는 경우라면 더더욱 유쾌할 수 없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사에키는, 결국 제가 무엇을 더 가지고 싶은지를 깨달았다.
결국에 그는 더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지고,
조금은 행복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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