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리아 /메이플스토리/ 미하일+이카르트 / 시기











* 본 글은 메이플 스토리 본 세계관이 아닌, 프렌즈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 양날개 성격이 있습니다.

* 전지적 작가 시점 -> 미하일 시점

 

창문 너머로 보이는, 그녀의 고개는 의자에 앉은 상태로 책상 앞에 엎어져 자고 있었다. 수업시간은 이미 종이 울려 끝이 나고 학생들이라면 모두가 기다릴 점심시간이 왔건만, 그녀는 종소리조차 듣지 못했는지 고개를 들 생각을 하지 못했다. 창 밖에서 잠깐 그 모습을 바라보던 금발머리의 소년, 미하일은 이내 잠을 깨우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는지 도시락을 들고 옥상으로 향했다.

 

옥상에는 대부분의 친구(혹은 선배)들이 이미 모여 있었다. 여전히 혼자 시끄러운 호크아이, 이리나와 담소를 나누고 있는 시그너스, 헤드셋을 끼고 노래를 듣거나 책을 읽으며 조용히 도시락을 먹고 있는 이카르트와 나인하트. ‘모처럼 날씨가 좋으니 다 같이 식사를 하자.’, 라는 시그너스의 의견이 받아들여져 한 자리에 모이기도 힘든 이들이 모두 모인 것이다.

단 두 명만 빼고. 한 명은 평소라면 식탐이 많아 다른 사람들의 도시락을 뺏어 먹고 있었을 오즈였고, 다른 한 명은 방금 전 미하일이 깨우지 않고 올라온 그녀였다. 그녀야 자신이 자게 두었으니 점심을 먹지 않겠다는 거겠지만(그녀는 종종 그런 식으로 밥을 거르기도 했기 때문에), 오즈가 없다는 것은 의외였다. 옥상을 두 번 정도 둘러보던 미하일이 빈 곳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오즈는?”

 

글쎄? 늦길래 같이 올라오는 건줄 알았는데.”

 

나도 못 봤어.”

 

그래? , 곧 오지 않겠어? 오즈가 밥을 빼먹을 인물도 아니고 말이야.”

 

 

끄덕, 이리나의 말에 공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한 번 끄덕인 미하일은, 이내 너도 어서 먹어! 라는 호크아이의 재촉에 자신도 도시락을 열어서 먹기 시작했다

 

 

늦어서 미안~!”

 

 

그 후로 5분쯤 흘렀을까, 옥상의 문이 열리고 붉은 머리의 소녀, 오즈가 환하게 웃으며 옥상의 땅을 밟았다. 혼자가 아니기에 친구라도 데려온 걸까, 하고 오즈의 뒤에 있는 이를 보니 잠에서 막 깬 것인지 피곤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녀, 유린이였다. 아마 오즈가 자고 있는 것을 억지로 깨워 데려온 것이겠지. , 작게 혀를 찬 미하일은 자신과 이카르트 사이로 다가오는 그녀를 눈으로 좇았다.

 

비척, 비척. 잠이 덜 깬 것을 증명하듯, 그녀가 걷는 모습은 꽤나 위태로워 보였다. 저래가지곤 넘어져 크게 다칠 것 같아 잡아주려던 찰나,

 

 

, 조심하지 않으면 다친다.”

 

, . 고마워.”

 

 

그녀에게 먼저 뻗어진 손이 있었다. 그와 사이를 좀 두고 옆에 앉아 있던 이카르트였다. 이카르트에게 손이 잡혀 멀쩡하게 섰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잠깐을 멍하니 있던 그녀가 눈을 잠깐 깜박이더니 이내 이카르트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그에 보일 듯 말 듯 한 작은 미소로 화답한 이카르트는 이내 미하일과 자신 사이에 그녀를 조심스럽게 앉혀주었다.

 

멈칫. 그와 동시에 미하일의 손이 잠시 허공에 멈추었다가 이내 재빨리 제자리를 찾았다. 그러고는 시선을 도시락으로 돌렸다.

 

 

 

* *

 

 

자신도 모르게 뻗은 손을 재빨리 거두고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다행히 그들에게 시선이 모여 아무도 보지 못한 듯 했다.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아무도 보지 못하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유린은 이카르트를 좋아하고 있다. 이카르트도 유린을 좋아하고 있고.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는데도,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어쩌면 알고 있는데 모른 척 하고 싶은 걸지도.

 

친구로서의 관계를 깨고 싶지 않아서 전하지 못한 말. 널 좋아한다는 그 말을 하지 못한 바보 같은 나에 대한 후회와, 널 좋아한다고 용기 내어 고백한 그 녀석에 대한 부러움, 그리고 네 마음을 가져간 그 녀석에 대한 시기와 질투. 이런 모든 감정들을 모른 체 하고 싶어서.

 

언젠가,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남자의 질투는 추하고, 하등 쓸모가 없다고. 나는 이제야 그 것을 깨달은 것 같다. 어리석게도,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것을. 시기라는 감정, 알고 싶지도 않았고, 알아서도 안됐는데. 그렇지만 이렇게 보기만 해도 뛰는 심장을 어떻게 주체할 수가 없어서.

 

 

나 먼저 일어날게.”

 

, 벌써 내려가려고? 같이 가지!”

 

 

다 먹지도 않은 도시락 뚜껑을 닫고 일어나자, 호크아이가 놀라면서 내게 묻는다. 그에 일이 있다고 얼버무리곤 그녀 쪽을 보았다. 내가 먼저 돌아간다는 것이 좀 의외였는지 그녀도 조금 놀란 표정을 하더니, 이내 웃으며 내일 보자.’ 라는 인사말을 건넸다. 그래도, 아무런 사이가 아닌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거면 충분했다. 적어도 지금은.

 

그래, 골키퍼 있다고 골 들어가지 않는 건 아니지.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 것 같았다. 자기위안에 임시방편일 뿐이라도 그게 어딘가. 나도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짓고는 , 내일 봐.’ 하고 옥상을 나섰다. 그녀의 마음을 가져간 이카르트를 부러워하고 질투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이제는 뺏기 위해서 전력을 다할 뿐. 달라진 것은 그 것 뿐이었다.